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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매이야기

'너의 이름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영화

by 아자매 2023. 1. 18.

평소 애니메이션을 잘 찾아보진 않았지만,
예고편부터 흥미를 일으켜 찾아본 영화였습니다.

한 순간 바뀌어버린 몸.
꿈인지 알았던, 꿈으로 알고 싶었던 현실!

2017년 아름다운 색채와 이색적인 내용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오던 영화입니다.

 

꿈인가 생시인가 바뀌어버린 몸

주인공인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 중인 학생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대도시 도쿄의 소년으로 한 사람은 시골 중의 시골 이토모리의 소녀로. 서로 만나본적도 없던 두 사람은 몸이 바뀌고 체험해 보지 못했던 인생을 꿈처럼 지내보게 됩니다. 처음은 생생한 꿈을 꾸나 했지만 현실의 생활이 점점 꼬여가는 걸 느끼며 꿈이지만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서로 몸이 바뀌었던 시간 동안의 일들을 기록해 주면서 혼란을 중지시켜주기도 합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두 학생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현실로 마주하게 됩니다. 타키와 미츠하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본인이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강제로 살게 되고, 또 다른 삶을 통해 조금은 숨통이 트이기도 합니다. 카페 하나 치과 하나 없고, 지하철은 꿈도 못 꾸는 촌뜨기 소녀 미츠하는 대도시 도쿄의 생활에 흠뻑 빠져 또 다른 자유를 맘껏 느껴보고 카페에서 꿈꿔왔던 디저트를 맘껏 시켜 먹기도 하고 알바도 하고 타키가 맘에 두고 있던 카페 알바 선배와 친해지고 데이트 약속까지 잡기도 해 타키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여성스럽고 꼼꼼해진 타키를 주변에서는 뭔가 이상하지만 꽤나 귀엽고, 괜찮은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한편, 타키는 미츠하의 몸으로 갑자기 농구를 잘하는 터프한 선배가 되기도 하고 소심한 미츠하 앞에서 앞담화를 나누는 친구들에게 혼쭐을 내주는 등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공간

주기가 아주 일정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두 세번씩 몸이 바뀌던 타키와 미츠하는 1200년에 혜성이 찾아온 시점, 타키가 좋아하던 알바선배와 데이트를 한 날 이후부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타키는 바뀌지 않는 몸에 미츠하의 삶이 그리워지고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던 것인지, 바쁜 현실에 치여 여유가 없던 것인지 미츠하가 살던 동내에 대해선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미츠하가 살던 곳이 어딘지 왜 몸이 바뀌지 않는지 혹은 왜 몸이 바뀌었는지를 영영 알 수 없게 됩니다.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무엇인가 끊임없이 찾고 쫓는 느낌으로 타키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미츠하의 몸이 되었을 때 보았던 어렴풋이 기억나는 풍경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그림으로 그려내곤 했습니다. 풍경을 그린 그림만 들고 무작정 미츠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물 건너고 산 건너며 시골의 시골까지 갔지만 도저히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도쿄로 돌아가기 직전. 시골의 한 라면가게에 허기를 채우러 들어갔는데 타키가 그려온 그림을 본 라면가게 주인분이 그림의 장소가 '이토모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주인의 안내로 해당 장소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혜성의 파편으로 3년 전 폐허가 된 곳, 건물이 있고 사람이 있고, 자취가 구석구석 묻어 있던 시골 마을은 마치 아무것도 없던 곳처럼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웅덩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내 아무도 살지 않는 동내를 보며 둘 사이엔 3년이라는 공백의 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츠하를 찾으려던 희망은 사라지고 맙니다. 이상하게도 타키는 이 시점부터 누구를 찾고 있었는지 서서히 잊게 됩니다.  

 

 

두 사람에게 이어져 있는 운명의 실

미츠하는 '이토모리'지역에 마을신을 모시고 있는 집안의 딸이자 후계자였습니다. 바로 '실의 목소리를 듣는 집' 이었습니다. 타키가 마지막으로 꿈을 꿨을때 갔던 곳은 이토모리의 신당이었습니다. 아주 은밀하고 신비한 곳,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지 않던 이곳이 마지막으로 기억나 신당으로 향하게 됩니다. '모여들어 형태를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다.'  실의 목소리를 듣고 그 형태를 보존하려 하는 신녀집안의 선대 신녀인 할머니가 누누이 강조했던 말이었습니다. 타키는 무스비를 기억해 냈고 타키에게는 현재의 삶이 바뀐 것이었는데 미츠하에겐 3년 전의 시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당을 찾은 타키는 이전 미츠하가 만들어놓은 술을 마시게 되고 보이지 않는 시간, 실로 이어진 둘의 세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미츠하 또한 타키를 찾았지만 타키는 이 꿈이 시작 되기 전인 3년 전에 찾은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타키를 찾아 여러 곳을 헤매고 다니고, 도쿄에서 타키를 만나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느낌. 자신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르는 느낌을 받은 미츠하는 그저 허무하고 허망해 갑갑한 마음에 머리를 자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만남에 미츠하가 타키에게 건네준 실로 두 사람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깊게 남은 따듯함

이 영화를 보면서 색감과 전체적인 그래픽에 감탄했습니다. 햇빛  한올 한 올을 그리는데도 섬세함이 느껴졌고 해가 뜨고 지는 모습 중에서도 황혼의 노을은 이토모리의 시골 풍경과 대비되는 도쿄의 풍경이 마음이 녹아드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재개봉을 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들의 대화에서도 서로를 앞에 두고 대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책과 핸드폰을 이용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장면들도 재미와 흥미를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신선한 발상과 내용도 좋지만 그림채도 이뻐 계속 빠져들었던 영화 아직 보기 전이라면 꼭 한번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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